보험금 분쟁이라고 하면 보통 "보험사가 안 주려고 버틴다"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장 많이 생기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지급 사유는 맞는데 날짜가 안 맞는 경우입니다.
가입은 분명히 했고, 보험료도 냈고, 진단서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험금이 아예 안 나오거나 절반만 나옵니다. 이때 등장하는 말이 면책기간과 감액기간입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것으로 아는 분이 많은데, 둘은 다릅니다.
면책기간 — 아예 안 나오는 기간
면책(免責)은 '책임을 면한다'는 뜻입니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지지 않는 기간입니다.
암보험의 일반암은 가입 후 90일이 면책기간입니다. 90일이 지난 다음 날부터 보장이 시작됩니다. 이 날짜를 약관에서는 암보장개시일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보장개시일은 보험료를 낸 날이 아니라 계약일을 기준으로 셉니다. 그래서 "가입하고 두 달 반 만에 진단받았는데 왜 안 되느냐"는 상황이 생깁니다. 가입은 했지만 보장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구간이었던 것입니다.
다만 모든 암에 90일이 붙는 것은 아닙니다.
- 유사암(갑상선암 등)은 면책기간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 만 15세 미만은 암 면책기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일이 곧 암보장개시일이 됩니다.
감액기간 — 절반만 나오는 기간
면책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전액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뒤에 감액기간이 이어지는 상품이 많습니다. 액수를 줄여서 지급하는 기간입니다.
일반암 기준으로 가입 후 1년 또는 2년 동안, 가입금액의 일부만 지급하는 식입니다. 흔히 50% 지급을 예로 들지만, 비율과 기간은 상품마다 다릅니다.
여기서 가장 억울한 일이 생깁니다. 3,000만 원짜리 진단비에 가입했는데 1,500만 원만 나오는 경우입니다. 보험사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약관에 그렇게 쓰여 있던 것입니다.
일부 상품은 유방암·전립선암에 180일가량의 감액기간을 따로 두기도 합니다.
그래서 확인할 것은 세 줄입니다
면책과 감액은 보험회사·상품·판매 시기에 따라 다릅니다. 같은 회사 같은 이름의 상품이라도 가입 연도가 다르면 조건이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감액기간을 두지 않는 상품도 나오고 있어서, 내 계약이 어느 쪽인지는 직접 봐야 합니다.
증권이나 약관에서 이 세 가지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 암보장개시일이 언제로 적혀 있는가 — 계약일로부터 며칠 뒤인지
- 감액기간이 있는가, 있다면 몇 년이고 몇 %인가
- 유사암·소액암은 따로 어떻게 정해져 있는가
이미 가입한 보험이라면 이 조건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릅니다. 감액기간이 언제 끝나는지 알면, 그 전후로 큰 검사를 어떻게 잡을지 판단이 달라집니다. 새로 가입을 검토 중이라면, 보험료를 비교하기 전에 이 조건부터 비교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면책기간이 없다고 광고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다만 그 대신 감액기간이 길거나 보험료가 높은 경우가 있으니, 한 조건만 보지 말고 세 가지를 같이 보셔야 합니다.